- [퍼옴] 만두, 쓰레기, 노무현 그리고 대통령. 대통령노무현
- 끄적끄적/끄적끄적
- 2004. 7. 6. 12:39
만두, 쓰레기, 노무현 그리고 대통령. 대통령노무현
- 이예복 -
여기 만두가 두 개 있다.
그러나 두개 다 먹을 수 없는 만두다.
만두 하나는 먹으려고 집었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래서 그것은 지금 먹을 수 없는 쓰레기가 되었다. 음식물 쓰레기다.
그 옆에 있는 만두는 만두소에 먹을 수 없는 단무지가 들어가 있다.
그래서 먹을 수 없다. 쓰레기 음식물이다.
음식물 쓰레기와 쓰레기 음식물의 차이.
같은 단어의 배열이라도, 가리키는 바는 현저하게 다르다.게다가 이처럼 쓰레기와 음식물이라는 공존할 수 없어보이는 두 단어가 만났을 때는 더욱 그렇다.
쓰레기 음식물이라니!!
여기 한 사람이 앉아있다.
우리는 그를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불렀었다.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단어에, 사람들은 참 많은 의미를 부여했었다.
성공한 서민, 삼당합당을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려 노력했던 사람. 전두환에게 명패를 던졌던 정의로운 사람. 지역감정을 없애려고 민주당 이름으로 부산에서 선거에 출마했던 사람. 그리고 이제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하는 양희은씨의 축가를 들으며 당당히 우리의 대통령이 되었던 사람.
아직도 기억하는 바로 그 장면.
양희은씨가 대통령 취임 축가로 바로 그 노랠 부르고, 화면에서는 전두환이가 '전직대통령으로서' 입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그 현실을 뿌듯해 하며, 우리는 그렇게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노.무.현'이 대통령이가진 이미지를 상쇄시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권력을 좇던 개들이 역사를 거스르고, 민심을 거슬러 결국 차지하고야 만, 최고 인간쓰레기의 자리였던 대통령의 권좌.
그 대통령과 노무현을 동급으로 놓으며,
우리는 그렇게 '노무현'인 대통령을 바랐다.
음식물과 쓰레기를 같이 놓으면 안되듯,
음식물 쓰레기든, 쓰레기 음식물이든 결국 먹을 수 없는 것 처럼.
대통령과 노무현도 그렇게 궁합이 안 맞는 것이었을까?
이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 노무현은 변했다.
이제 더이상 노무현은 우리가 바랐던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다.
그는 '대통령 노무현'이 되어버렸다. 대통령이 가진 권력의 상징이라는 이미지가 바보 노무현의 노무현을 상쇄시켜 버렸다.
단병호 위원장을 변호했던 머리와 입은, 비리를 저지른 측근과 형을 변호하고, 더러운 전쟁을 일으킨 미국을 변호하고, 무고한 국민을 이라크 먼 땅에서 죽게 내버려두고도 책임지지 않는 정부를 변호한다.
국민'참여'정부이겠다던 다짐은 국민'이용'정부, 혹은 국민'왕따'정부의 현실로 돌아왔다.
나는 묻고 싶다.
그가 외치던 개혁과, 우리가 들었던 촛불이 당신의 권력을 위한 수단이었는지, 당신을 탄핵에서 건진 촛불은 민주수호의 촛불이고, 김선일을 살리기 위한 촛불은 현실도 모르는 우매한 민중의 참견인거냐고.
형을 변호하고, 측근을 변호하고, 얼마전까지만해도 아파트 원가공개를 반대하려던 입은 왜 파병반대를 외치는 국민의 앞에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냐고.
노무현 대통령이길 바랬으나, 그는 대통령 노무현이 되어 돌아왔다.
탄핵에서 구해준 이 빚 노대통령 어떻게 다 갚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그의 오른팔과 함께, 국민의 목숨을 정권을 위해선 '하나쯤 버려도 좋은' 것 따위로 취급하며 보무도 당당하게 돌아왔다.
올드보이의 내레이션
얼마동안을 갖혀 있을지 모른채 나는 거기서 십오년을 갖혀 있었다. 하지만, 15년을 갖혀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 마음이 조금은 편했을까?
결과가 이렇다는 걸 알면, 사람들은 그때 그 1219 투표의 현장에서 과연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 탄핵 반대를 위해 그렇게 촛불을 들었을까?
그땐 내 선택이 최선이라고 믿었었는데..
한복을 곱게 입고'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를 부르던 양희은씨의 노래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 하다.
그 '이김'의 주체가 미국이고 '깨침'의 대상이 이라크였다는 것을, 국민들 손에 든 파병반대의 촛불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정말 어땠을까?
문득 스쳐가는 무서운 생각.
나는 지금, 노무현이 잘 먹다가 '대통령'에 떨어뜨린 음식물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혹시 원래 속에'쓰레기'가 들어있던 건 아니었을까?
--------------------------------------------------------------------------------------
그래 나도 그 생각 했어.... 2004-07-06 12:39:56
Recent comment